어떤 의미들...

떨어지는 낙엽

유자유농원 2014. 11. 9. 21:07

떨어지는 낙엽

 

가을 내내

공원 나뭇잎이 단풍으로 물들고 지는 것을 보았다

단풍!

열매에서 떨어지는 씨 같은 새 생명의 기대도 없이

떨어져 뒹글다 부서져 흙속에 뭍히고 말 것을

왜 저리도 곱디 고운가

 

씨처럼 새 생명의 기대는 없지만

떨어지는 낙엽에도 계절이 물들었다

하늘과 햇볕, 비와 바람, 달과 별의 계절

또한 내가 지켜본 시간의 계절도

 

좋았던 시절, 행복하던 때는 늘 길지가 않았다

바퀴처럼 달려가버린 시간이 허무하다

따뜻한 햇살은 이내 찬바람에 사라진다

밤은 낮을 삼켜버리고

우중충한 수은등은 공동묘지를 안내하는 불빛이다

 

점심시간이면 빌딩에서 나온 도시인들이 공원으로 모여들어

낙엽을 밟는다

마른 낙엽은 바스락거리며 뼈까지 부서진다

낙엽을 밟지마라

 

가지와 슬픈 이별을 한 나뭇잎은

힘없이 공동묘지 이리저리로 떨어져 쌓인다

나비가 내려앉기라도 하는 듯 보이나

눈물처럼 흘러내리는 것이다

한줄 바람에도 눈물이 펑펑 쏱아진다

붉은 눈물, 노란 눈물, 갈색 눈물...

 

낙엽이 떨어지는 소리는 때로

마치 큰 돌덩이가 떨어지듯 비명처럼 들린다

피아노 음율로 표현한 것들은 결코 낭만적인 것이 아니다

가지와 잎은 겨울이 올 때까지 작별을 하며 울 것이다

 

겨울을 재촉하는 바람에 이리저리 뒹글다 부서진 낙엽들은

쓸어모아 불태워지기도 한다

잎이 다 떨어진 가지는 까맣게 죽었다

 

그렇게 나는 잔인하게 가을에 물들 수밖에 없었다

떨어져 죽어가는 것들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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