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은 영화 50

04.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

유자유농원 2010. 1. 24. 15:04

 영화: 남과 여 (Un Homme Et Une Femme)
 감독: 클로드 를루슈 (Claude Lelouch)
 출연: 아누크 에메 (Anouk Aimee - Anne Gauthier)
       삐에르 바루 (Pierre Barouh - Pierre Gautier)
       장 루이 트랭티냥 (Jean-Louis Trintignant - Jean-Louis Duroc)
       발레리 라그랑제 (Valerie Lagrange - Valerie Duroc)
 발표: 1966 Warner Bros.
 국가: 프랑스
 음악: 프란시스 레이 (Francis Lai) & 삐에르 바루,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 (Vinicius
       De Moraes)

 

  # 두 싱어도 출연, 음악 비디오처럼 감상되는 아름다운 음악영상

 

    속편 “남과 여, 그 20년후”(Un Homme Et Une Femme: Vingi Ans Deja, 1986)로도
 이어진 “남과 여”는 1966년 제19회 칸느 영화제(Festival De Cannes) ‘그랑프리’(Le
 Grand Prix)를 차지하고, 그해 제39회 아카데미 ‘외국어 영화’ 부문 등을 수상했다.
 감독/각본/제작까지 해낸 당시 29세이던 클로드 를루슈는 칸느 영화제 ‘최연소 수상감독’
 이라는 명예도 얻었다. 그는 누벨바그 세대지만 이와는 다른 방식의 프랑스 영화를
 만들었다. 사랑을 통해 삶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한 이 영화는 당시 멜로 드라마의
 전형성을 탈피하고, 내러티브를 따라가는 대신 사랑의 미묘한 떨림과 섬세한 감각을
 영상으로 탁월하게 묘사했다.

 

    겨우 3주만에 촬영을 끝냈다는 “남과 여”는 시대적 차가 없음에도 흑백과 컬러의
 독특한 영상을 보인다. 기술적인 인원부족과 기획자의 부재 등으로 인해 돈이 덜드는
 영화로 계획되어 내부장면은 흑백, 외부장면은 컬러다. 이렇게 해서 ‘남과 여 스타일’이
 탄생했고, 이것이 이 영화의 매력이라고 클로드는 말했다.

 

    사랑은 말로 대신하지 못한다. “남과 여”는 절제한 대사를 영상으로 보여준다.
 주인공 장 루이 듀록(장 루이 트랭티냥)이 남편에 대해 묻자 안느 가띠에(아누크 에메)는
 남편과의 행복한 시절과 죽음을 회상하는 영상으로 답한다. 안느가 직업과 부인에 대해
 물었을 때 장 루이도 회상 영상으로 답한다. 이 플래시 백에서 보인 뛰어난 영상미 등
 종래의 영화와는 전혀다른 파격적인 표현기법은 음악의 매력과 함께 참으로 인상적이다.
 남녀의 정사관계를 다채롭고 무게있게 다룬 연출력, 클로드가 구성에 집약시킨 의식의
 몽타주는 새로운 시도였다.

 

    “남과 여”에는 지적인 미모의 아누크 에메 외에 또 한 미녀가 출연했다. 장 루이의
 부인 발레리 듀록역인 고혹적인 미모의 발레리 라그랑제다. 그녀는 샹송에 록과 레계를
 가미하여 인기를 얻은 싱어이기도 하다.

 

    클로드의 감각적인 영상에는 그의 영원한 컴비로 “러브 스토리”(Love Story, 1970)만
 함께 하지 않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프란시스 레이의 안개같은 음악이 젖어있다.
 또 라틴 샹송을 노래하는 삐에르 바루, 브라질 음악계의 대부 비니시우스 데
 모라에스가 함께 해 브라질의 보사 노바 재즈와 프랑스의 샹송을 매혹적으로 엮어냈다.
 특히 삐에르 작사, 프란시스 작곡인 영화의 동명 타이틀 메인 테마 <Un Homme Et Une
 Femme>은 'Ba da ba da da ba...'라는 스캣으로 우리귀에 익숙하다.

 

    <Un Homme Et Une Femme>은 여러 변주곡들로 다양한 분위기를 연출하며 영화의 전편에
 흐른다. 특히 중반 장 루이가 몬테카를로 라리 3천Km를 완주하고 안느로부터 사랑한다는
 고백의 전문을 받고 기쁨에 넘쳐 다시 경주용 차로 폭우길 3천Km를 달려 파리로 돌아올
 때, 도빌로 간 안느에게 다시 차를 달려 멀리 해변에 있는 그녀와 두 아이를 보고
 조명등을 깜박이고 서로 달려가 부둥켜안고 뜨거운 기쁨을 나눌 때, 호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주문하다 웨이터의 표정을 본 안느가 뭔가 더 주문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고 하고, 장 루이가 웨이터를 불러 룸을 주문하면서 흐를 때가 압권이다.

 

    음악적인면에서 “남과 여”는 작곡가 프란시스와 주제곡 <Un Homme Et Une Femme>이
 모든 것처럼 인식된 경향이 없지않다. 그러나 삐에르의 역할도 그에 못지 않다. 아누크
 에메의 실제 남편이기도 했던 삐에르는 무엇보다도 안느의 남편인 스턴트맨 삐에르
 가띠에역으로 직접 출연해 삼바가 생활의 일부분인 싱어이자 시인으로 멋진 노래 <Samba
 Saravah>도 들려주었다.

 

    ‘나는 행복을 찾아 괘활하게 웃고 노래해/마음껏 즐기는 인생의 기쁨/애수가 없는
 삼바는 취하지 못한 술과 같다/그런 삼바는 마음에 와 닿지 않아/애수가 없는 삼바는
 마치 얼굴만 예쁜 여자/이것은 모라이스의 말씀/시인이자 외교관이고 이 노래의 작사가/
 ‘검은 백인’이라고 공헌한 사나이/나도 브라질적 프랑스인/사랑의 삼바를 이야기한다.....
 바히아의 항구에서 태어난 이 리듬과 시/삼바 춤을 추고 괴로움을 잊었던 나날들/모든
 감정을 넣은 노래/그 말은 백인의 것이지만/이것은 흑인의 혼을 있는 그대로 쓴 노래.’

 

    <Samba Saravah>는 안토니오 카를로스 조빔과 후안 질베르토 등 삼바와 보사 노바의
 위대한 아티스트들에게 경의를 표한 곡. 영화에서 장 루이가 남편에 대해 묻자 안느가
 남편과의 행복한 시절을 회상하는 장면중, 영화촬영을 위해 브라질에서 1주일간 지내며
 낭만적인 아름다움으로 넘치는 장면에서 남편이 몽환적인 속삭임으로 노래했다.

 

    영화의 중반, 몬테카를로 라리에 출전해 질주하는 장 루이. 그를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에 젖어든 안느. 이 장면에는 고혹적인 목소리인 니콜 크로아젤(Nicole
 Croisille)의 재즈 풍의 샹송 <Aujourd Hui C'est Toi>가 흐른다.

 

    ‘당신과 나/도회에서 생활하는 둘/어렸을 때부터 친근했던/길 모퉁이의 리듬/몇천개의
 눈동자가 끊임없이 교차하는/그런 기로에서 언뜻 바라본 두사람/오늘도 살아가는 당신과
 나/서로 사랑해 팔에 안긴다/곧 사랑에 빠져/미칠 듯한 사랑에서 지금이야말로
 살아나간다/당신이 있고 내가 있다.’

 

    도빌의 호텔에서 장 루이와 안느는 품어온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갑자기 안느의
 뇌리에는 남편과의 뜨겁던 사랑의 기억이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다. 이 숨막히는 절정의
 순간에는 오르간 반주에 맞춰 한편의 시를 읆조리듯 장 클로드 브리오딘(Jean-Claude
 Briodin)이 애잔하게 노래하는 <A L'ombre De Nous>가 흐른다.

 

    ‘두 사람의 그림자/항상 멈춘다/사랑의 맹세/영원히 지워지지 않는다/두 사람의
 사랑의 맹세/언제까지라도 남는다/두 사람의 그림자/수많은 태양이/하늘을 태우고 서로
 속삭인다/태양이 빛나는 한 연인들의 그림자도 남는다..... 뜨거운 태양의 조소의
 이름은/정열, 광란, 도취, 그리고 온화함/젊음만의 고뇌/설령 내가 죽을지라도/영원히
 계속산다.....’

 

    영화의 종반, 만족한 사랑을 나누지 못한 장 루이와 안느가 번민하면서 호텔을 나와
 안느가 기차를 탈 때까지, 니콜 크로아젤과 장 클로드 브리오딘이 속삭이 듯 노래하는
 <Plus Fort Que Nous>가 흐른다.

 

    ‘두 사람은 과거를 지닌채/마음은 어둠에 닫혀진다/하지만 의혹은 풀렸다/사랑은
 우리보다 강하다/희망도 포기도/사랑이 이끄는 대로/운명에 맡기자/사랑은 우리보다
 강하다/당신에게 몸을 기대면/시간이 신비의 옷을 입는다/밤바람도 달게 느껴지고/
 사랑은 우리보다 강하다/진흙탕속의 자유인가/새장속의 행복인가/그것은 사랑이 정할
 일/사랑은 우리보다 강하니까/사람들은 고민하지 말라고 한다/사랑에 괴로워 말라고/
 사랑의 행방은 어디에/사랑은 우리보다 강하다.....'

 

 

   # 사운드트랙 음반
  1. Un Homme Et Une Femme
  2. Samba Saravah
  3. Aujourd Hui C'est Toi
  4. Un Homme Et Une Femme
  5. Plus fort Que Nous
  6. Aujourd Hui C'Est Toi
  7. A L'Ombre De Nous
  8. Plus Fort que Nous
  9. A 200 A L'Heure

 

  # 남편과 부인 잃은 남과 여의 미묘한 만남

 

    30대 미망인 ‘여’(안느)는 일요일이면 어린 외동딸 프랑소와즈가 있는 작은 해변도시
 도빌(Deauville)의 기숙학교로 가 하루를 지낸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날이 저물고
 돌아오는 기차를 놓쳐 자주 그곳에 묶기도 한다. 오늘도 늦었지만 마침 자신처럼
 외동아들 앙토와누를 보러 온 ‘남’(장 루이)의 차를 타고 파리로 돌아오게 된다. 차에서
 두 사람은 머리는 좋은데 공부를 하지 않는다는, 똑같은 그들의 아이들 이야기로 대화를
 나눈다.

 

    남이 남편에 대해 묻자 여는 남편과의 행복한 시절을 회상한다. 남편은 정열적이고
 둘도없는 완벽한 사랑이었다. 마치 그리스도 같이 인간, 사상, 국가들, 모든 것을
 사랑했다. 영화 스크립터인 여의 남편은 스턴트맨이고, 싱어이자 시인이었다. 영화촬영을
 위해 브라질에서 1주일간을 지낼 때 촬영이 끝나면 삼바 이야기만 했다.

 

    지적이고 애수어린 미모의 여에게 마음이 끌린 남은 다음주에도 자신의 차로 도빌에
 가자며 남편도 보고싶다고 하자 여는 남편의 죽음을 회상한다. 영화촬영중 마지막 키스를
 남기고 작렬하는 포탄속에서 비명에 사망하고 말았다. 안느는 일요일에 갈 수 없을지도
 모른다며 토요일에 전화해달라고 한다.

 

    카 레이서인 남은 8일 앞으로 다가온 제35회 몬테카를로(Monte-Carlo) 라리 출전을
 준비한다. 그리고 약속한대로 여에게 전화하고 만나 도빌로 간다. 폭우가 쏟아지는
 가운데 라디오는 스포츠 카로 폭주하던 남자와 여자가 사망했다는 뉴스도 전한다. 여가
 남에게 직업을 묻자 남는 매우 이색적이고 흥미로운 일이며, 게다가 돈을 잘 번다면서
 길거리 여자를 등치는 고리대금업자인 자신을 회상한다. 그리고 외부적으로는 카
 레이서라고 한다.

 

    남과 여는 그들의 아들과 딸과 함께 식사를 하며 마치 한가족처럼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여는 레이서에 대해 묻고 남은 영화에 대해 말한다. 배를 탔을 때 남은 키스를
 하고 손을 잡고 싶은 충동을 느낀다. 해변을 거니는 그들의 모습은 아름답다. 남과 여는
 개와 산책하는 한 남자를 보며 스위스의 조각가이자 화가인 자코메티가 한 ‘불이나면
 램브란트의 그림보다 고양이를 살리겠다’는 말을 인용하며 예술보다 인생을 느낀다.

 

    파리로 돌아오는 차에서 남은 여의 손을 잡는다. 여가 부인에 대해 묻자 남은 부인의
 비극적 죽음을 회상한다. 남은 24시간의 레이스에 출전했다가 중상을 입어 세시간에 걸친
 대수술을 받아 의식불명인 상태였다. 열정적인 사랑을 나눈 고혹적인 미모의 젊은 부인은
 의사의 중태라는 말에 신경이 극도로 약해져 충격으로 정신이상을 일으킨 상태에서
 자살하고 말았다. 어떻게 위로해야 할지 모르는 여에게 남은 몬테카를로 라리에
 출전할 것이라며 끝나면 전화하겠다고 한다.

 

    남의 집에는 동거녀가 기다리다 잠들어 있다. 앙토와누에게 좋은 엄마가 되겠다는
 그녀는 남이 도빌에서 다른 여자와 데이트하는 기사가 실린 자동차 잡지를 보도록 한다.
 이처럼 남은 바람기가 있다.

 

    몬테카를로 라리는 샴페인의 본고장인 고지 랑스에서 시작된다. 세계각국의 차
 273대가 모여 최고시속 300km로 질주한다. 남은 주목받는 레이서로 동료 슈만과 교대로
 145번 무스탕의 핸들을 잡는다. 여는 영화일을 하면서도 남의 질주소식에 주의한다.
 밤과 낮, 여름과 겨울의 뒤바뀌는 시간과 계절을 이겨내는 죽음의 질주를 하는 차들은
 86대로 줄었다. 여는 어느새 남을 그리워하는 자신을 발견하고 행복에 젖어든다.

 

    가혹한 질주를 마치고 몬테카를로까지 3천Km를 완주한 차는 42대. 우승은 하지
 못했지만 남의 팀도 포함되었다. 그에게 여는 ‘브라보, 사랑합니다. 앙누’라는 전문을
 보낸다. 남은 스포츠 클럽에서 있은 파티에 참가했다가 전문을 받고 기뻐하며 경주용
 차로 폭우길 3천Km를 달려 파리로 돌아온다. 그동안 남의 생각은 여와 어떻게 만나 무슨
 말을 할까 하는 것으로 가득하다.

 

    여는 도빌로 가고 집에 없다. 남은 다시 도빌로 달려 멀리 해변에 있는 여와 두
 아이를 본다. 남은 조명등을 깜박이고 남과 여는 서로달려가 부둥켜 안고 사랑스런
 재회를 한다. 남과 여가 지난번 본 한 남자와 산책하던 개도 두 사람의 기쁨을 아는 듯
 껑충거린다.

 

    도빌의 호텔에서 남과 여는 가슴조리며 기다려온 사랑을 나눈다. 그러다 갑자기 여의
 뇌리에는 남편과의 뜨겁던 사랑의 기억이 떠올라 지워지지 않는다. 기차로 파리로
 돌아가겠다는 여는 자신의 내면에서는 남편이 죽지 않았다고 한다. 여를 보내며 남은
 행복이 이렇게 끝나는 것이 믿어지지 않고, 여자의 마음은 알 수가 없는 것이라
 자조한다. 남은 차를 달려 여가 탄 기차를 쫓으며 여를 묶어둘 만큼 특별했을 전남편에
 대해 생각한다.

 

    기차와 차에서 남과 여는 서로 호텔에 들어갈 때를 생각한다. 아이들을 일찍 학교로
 보낸 남과 여는 레스토랑에서 저녁식사를 주문하다 웨이터의 표정을 본 여가 뭔가 더
 주문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고 하고, 남은 웨이터를 불러 룸을 주문했다.

 

    여는 번민한다. 기차보다 앞서 도착해 기다리던 남은 다시 여를 만나고, 남과 여는
 영원할 것 같은 포옹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