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은 영화 50

06.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유자유농원 2010. 2. 6. 22:18

 영화: 디어 헌터 (The Deer Hunter)
 감독: 마이클 치미노 (Michael Cimino)
 출연: 로버트 드 니로 (Robert De Niro - Michael Vronsky)
       크리스토퍼 월켄 (Christopher Walken - Nick)
       존 사베지 (John Savage - Steven)
       존 카잘 (John Cazale - Stanley 'Stosh')
       척 아스페겐 (Chuck Aspegren - Axel)
       조지 전자 (George Dzundza - John)
       메릴 스트립 (Meryl Streep - Linda)
 발표: 1978 A Michael Cimino Film
 국가: 미국
 음악: 스탠리 마이어스 (Stanley Myers)

 

  # 무거운 주제를 감싸며 흐르는 사랑의 카바티나

 

    1978년 제51회 아카데미의 작품 부문을 수상한 “디어 헌터”는 ‘러시안 룰렛’(Russian
 Roulette) 같은 전장으로 내몰려 희생된 사슴과 같이 여린 영혼들을 통해 전쟁의 폐해를
 드러낸 영화다. 영화에는 러시안 룰렛 게임(이라기 보다 목숨을 건 일생일대의 도박)이
 벌어진다. 한발의 실탄을 장전한 6연발 리볼버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데, 죽을 확률이 6분의 1이지만 당사자는 2분의 1의 생과 사의 순간을 맞는다.
 죽을 확률이 50%라는 것은 극한의 공포를 자아내는 한계점이다.

 

    러시안 룰렛은 19세기말 러시아 귀족들간에 성행한, 러시아인 특유의 호기와 차르
 황제 체제에서 내일을 모르고 살던 당시 지배층들의 퇴영적 분위기를 반영하는 하나의
 현상이었다. 러시안 룰렛으로 인해 일각에서는 베트공을 철저히 악으로 왜곡했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고, 이 영화가 상영된 이후 젊은이들 사이에 러시안 룰렛이 유행해
 사회문제가 되기도 했다. 그러나 실제 베트남전에는 이러한 비인간적인 살인도박은
 없었고, 영화의 극적인 면을 위해 사용되었다고 한다.

 

    이 영화는 마이클 치미노가 감독하고 공동으로 시나리오를 쓴 그의 대표작이며, 러시안
 룰렛과 베트남전 뿐만 아니라 사슴사냥과 친구들간의 우정과 사랑 등으로 소재를 넓힌
 대작이다. 인간의 광기와 생명의 소중함, 자아의 발견과 분열을 경험하는 주인공 마이클
 브론스키역의 로버드 드 니로의 연기는 완벽하다. 그가 친구 스티븐(존 사베지)의 결혼식
 피로연에서 독주 ‘케슬러’와 세상에서 최고라는 펜실베니아 맥주 ‘롤링록’을 벌컥벌컥
 마시며 여자친구 린다(메릴 스트립)에게 어눌한 사랑의 몸짓을 하는 연기도 눈길을 끈다.

 

    어둡고 무거운 주제이지만 영화는 주요 캐스트 자막과 함께 잔잔한 클래식 기타 연주
 주제곡 <Cavatina>가 흐르면서 시작된다. 이 곡은 베트남에서 혼자만 살아 돌아왔다는
 죄책감으로 고향집을 지나친 마이클이 모텔 방에서 린다를 그리워할 때, 그녀를 품으로
 허락하면서도 친구이며 생사를 같이 한 전우인 닉 체보타레비치(크리스토퍼 월켄)와
 스티븐을 잊지 못해 할 때, 또한 영화의 마지막 장면 등에 흐른다.

 

    스탠리 마이어스가 작곡한 <Cavatina>는 클래식 기타리스트로 유명한
 존 윌리엄스(영화음악가 존 윌리엄스와는 동명이인)가 연주했다. 후일 존 윌리엄스는
 여성 싱어 클레오 레인(Cleo Laine)과 함께 이 곡에 가사를 붙히고 <He Was Beautiful>이
 라는 곡명으로 발표해 더욱 히트했다. 연주 <Cavatina>든 보컬 <He Was Beautiful>이든
 이 마이클과 린다의 사랑의 테마는 광고음악으로도 우리에게 친숙하며, 많은 아티스트들에
 의해 리메이크되며 영화의 기억을 되살리고 있다.

 

    “컨스피러시”(Conspiracy, 1997)가 개봉되며 이 영화에 쓰인 아하(A-ha)의 싱어 모튼
 해킷(Morten Harket)의 곡 <Can't Take My Eyes Off You>가 새삼스럽게 우리에게 히트한
 바 있다. 여러 영화의 사운드트랙에 포함돼 온 이 곡은 1976년 프랭키 밸리의 히트 원곡.
 “디어 헌터”에서는 베트남 전선으로 떠날 마이클을 비롯한 친구들이 철강공장의 마지막
 일을 끝내고 바에서 술과 당구로 긴장된 마음을 달래며 노래한다. 또한 결혼식
 피로연에서 사회자도 이 곡을 노래한다.

 

    위에 언급한 곡들 외에 결혼식 파티를 흥겹게 하는 러시아 민속음악 <Katyusha>와
 영화의 마지막에 불려지는 <God Bless America> 등 “디어 헌터”는 생각보다 은근히
 음악의 비중이 무거운 영화다.

 

   # 사운드트랙 음반
  1. Cavatina
  2. Praise The Name Of The Lord
  3. Troika
  4. Katyusha
  5. Struggling Ahead
  6. Sarabande
  7. Waiting His Turn
  8. Memory Eternal
  9. God Bless America
 10. Catavina

 

 

  # 러시안 룰렛 같은 전장으로 내몰려 희생된 사슴과 같은 영혼들

 

    펜실베니아주의 작은 철강도시 클레이튼. 러시아계인 젊은 노동자들 마이클, 닉,
 스티븐, 스탠리 스토시(존 카잘), 엑셀(척 아스페겐) 등은 친구사이로 여가시간에는
 사슴사냥도 즐긴다. 오늘은 베트남의 전선으로 떠날 마이클, 닉, 스티븐이 마지막으로
 일하는 날이며, 스티븐이 안젤라와 결혼하는 날이기도 하다. 일을 끝낸 그들은 친구인
 존(조지 전자)의 바에서 당구도 치며 회포를 푼다. 하지만 패색이 짙은 전쟁터로
 가야하는 그들은 불안감을 감출 수 없고, 스티븐의 어머니는 신부를 떠맡기고 떠나버릴
 아들을 못마땅해 한다.

 

    스티븐과 안젤라는 러시아 정교회에서 결혼식을 하고, 피로연은 베트남으로 떠나는
 송별식을 겸해 러시아식으로 성대히 열린다. 신랑신부를 친구들이 부러워하는데, 그중
 부케를 받으려는 린다에게 마이클이 호감을 보낸다. 그녀는 자신의 여자친구이기도
 하지만 닉과 더 가까운 사이다. 평소 닉은 관심있는 내색을 했지만, 광기일 정도로
 강인한 마이클은 여자에게는 무관심한 성격이었던 것. 닉은 린다에게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오면 결혼하겠다고 약속한다.

 

    파티에서 마이클, 닉, 스티븐은 한 그린 베레를 보고 술을 권하며 공수부대원으로
 베트남에 갈 것이라고 말을 걸지만 상대하지 않자 놀린다. 냉소적인 모습으로 응시하는
 그린 베레의 모습에서 세 친구의 앞날이 그려진다. 신랑신부가 흘리지 않고 마셔야
 행복하다는 붉은 술, 그러나 신부의 드레스에 몇방울이 떨어진다. 파티장을 나온
 신랑신부가 차를 운전하자 친구들이 짖굳게 따르고, 마이클은 앞서 달리며 옷을 하나씩
 벗어던지며 알몸이 된다. 그는 미치고 싶다며 닉에게 베트남에서 살아 돌아올 것
 같으냐고 묻고, 닉은 만약 무슨일이 생기면 나를 그곳에 버려두면 안된다며 약속해
 달라고 한다.

 

    스티븐을 제외한 친구들은 사슴사냥을 나선다. 다소 이기주의인 스탠리와 신경전이
 있기는 했지만 마이클은 예리한 사격솜씨로 사슴을 쓰러트린다. 바로 돌아온 그날 밤,
 친구들은 존의 피아노 연주에 말을 잊고 무거운 침묵으로 빠진다.

 

    죽음의 정글 베트남에서 마이클, 닉, 스티븐은 베트공에 잡혀 그들의 러시안 룰렛
 게임에 목숨을 맡기는 상황에 처한다. 한발의 실탄이 장전된 권총을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는 생과 사의 순간, 강인한 정신력의 마이클은 친구들을 안정시킨다.
 정신이상 증세까지 보이는 스티븐은 총구를 돌려 발사했기 때문에 죽음만은 면한다.
 마이클은 계획적으로 실탄 세개를 장전해 방아쇠를 당기지만 놀랍게도 발사되지 않고,
 이는 닉에게도 용기를 준다. 두 사람은 극도로 흥분한 베트공들을 갑작스런 반격으로
 사살하고 물에 잠기고 있는 스티븐과 함께 강물을 타고 그 지역을 벗어난다.

 

    아군 헬리콥터가 마이클 일행을 구조하는데 닉이 먼저 탑승했고, 적군의 총탄이
 날아오는 가운데 마이클과 스티븐은 매달렸다가 강물로 떨어지고 만다. 스티븐은 물속
 바위에 다쳐 걸을 수 없는 상태가 되고, 그를 둘러맨 마이클은 피난행렬속의 군 지프에
 실려보낸다.

 

    앞서 사이공의 병원으로 후송된 닉은 기억상실 증세를 보이는데, 린다의 사진을 보며
 전화를 하지만 연결되지 않는다. 닉은 군인과 민간인들로 들끊는 시내를 방황하다 예전의
 악몽을 되살리는 러시안 룰렛 게임장으로 들어가게 되고, 권총을 뺏어 그들 한명과
 자신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기지만 발사되지 않는다. 이순간 무리속에서 게임을
 지켜보던 마이클이 닉을 부르며 나오지만 그는 이미 게임장을 빠져나오고, 그의 용감함을
 이용하려는 도박사의 차를 타고 사라진다.

 

    죽을 고비를 넘겨 살아남아 휴가를 받은 마이클은 자신의 귀향을 환영하는 플래카드가
 걸린 클레이튼에서 택시를 내리지 않고 그냥 지나친다. 친구들은 파티를 준비하고 린다를
 위로하며 기다린다. 마이클은 모텔 방에서 린다를 그리워하며 그녀의 사진(닉이 가진
 것과 같은)을 본다.

 

    마이클과 닉은 친구들 중에서도 형제같은 사이. 베트남으로 가기전에는 함께 집을
 꾸며 살았다. 마이클은 이 집에서 자신과 닉을 기다리는 린다를 만난다. 린다는 수퍼
 마켓에서 일한다. 마이클은 여전히 자신의 감정을 말하지 못하고, 린다의 마음은
 마이클과 닉 사이를 오가며 고민한다.

 

    마이클은 고향의 친구들로부터 깜박 잊었던 스티븐의 소식을 듣는데, 친구들도
 안젤라가 말해주지 않기 때문에 잘 모른다. 남자아이 하나를 둔 안젤라는 스티븐의
 충격으로 실어증세를 보인다. 안젤라는 마이클에게 남편이 있는 곳을 글로 써준다.

 

    갑자기 떠나려는 마이클에게 멋진 저녁식사를 준비하려던 린다는 서로 위안이 될
 거라며 침대로 가자고 한다. 그러나 마이클은 여기서는 곤란하고 서로 멀게 느껴진다며
 나가버린다. 린다가 따라 모텔까지 가지만 마이클은 린다의 마음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친구들이 볼링을 하며 즐겁지만 마이클은 지켜보기만 하고, 그런 마이클을 위해
 친구들은 사냥을 나선다. 총을 여러번 쏘는 친구들에 비해 마이클은 단한번의 사격으로
 사슴을 잡는 스타일이다. 쫏아간 멋진 뿔의 사슴을 겨냥한 마이클, 순간 조준을 벗어나게
 발사하고 만다. 그리고는 사슴과 산을 향해 베트남전에서 전우들에게 하듯 괜찮지!라고
 외친다. 이때 산장에서는 스탠리가 엑셀에게 권총을 겨누고 말다툼을 한다. 이를 본
 마이클이 권총을 뺏고 실탄이 장전된 것을 보며 화를 낸다. 그리고 게임을 원한다면
 보여주겠다며 실탄 한발을 장전하고 스탠리의 관자놀이에 대고 방아쇠를 당긴다. 공포의
 방아쇠 소리, 마이클은 예전에 자신에게도 겨냥됐던 스탠리의 권총을 멀리 던져버린다.

 

    돌아오지 않는 닉과 곁에 있는 마이클 사이에서 눈물짖는 린다, 그녀를 품으로
 허락하면서도 마이클은 친구이며 생사를 같이 한 전우인 닉과 스티븐을 잊지 못한다.
 마이클은 충격을 되살려주고 싶지 않아 만나기를 망설이던 스티븐에게 전화하고 그가
 있는 병원을 찾는다. 하반신 마비로 휠체어를 탄 스티븐은 베트공에 의해 함락된
 사이공에서 누군가가 매달 보낸다는 달러를 보여준다. 마이클은 닉이라는 것을 직감한다.

 

    마이클은 미군이 후퇴하고 있는 사이공 시내에서 예전 닉을 만났던 러시안 룰렛
 게임장을 다시 찾아 당시 닉을 데리고 사라진 도박사에게 미국인과 게임을 하고 싶다며
 행방을 묻는다. 배를 타고 수천 달러를 지불하며 도달한 어두운 곳, 죽은 사람을
 아무데나 버려도 되는 예전과 달리 이제 게임은 비밀리에 행해진다.

 

    전쟁은 닉을 기억상실자로, 반은 베트남인으로 만들고 말았다. 그는 기억을
 되살리려는 마이클에게 침을 뱉고, 마이클은 마지막 방법으로 닉과 게임을 신청한다.
 마주앉은 두 사람이 한번씩 방아쇠를 당기고 난 후 닉은 기억을 되살리기 시작한다. 그는
 산과 나무, 사슴사냥에서 마이클이 강조하는 한방의 사격을 중얼거리며 웃다가 스스로
 머리에 총을 쏴 피를 흘린다.

 

    베트남전은 미국의 패배로 끝나고, 닉은 고향으로 돌아와 묻힌다. 닉을 영원히 보낸
 상처받은 영혼의 친구들은 바에 둘러앉는다. 그리고 존이 슬픔을 참으며 <God Bless
 America> 읊조리자 린다를 비롯한 친구들이 따라 노래하고, 닉을 위해 건배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