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이 좋은 영화 50

08.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유자유농원 2010. 4. 17. 13:06

 영화: 로미오와 줄리엣 (Romeo And Juliet)
 감독: 프랑코 제피렐리 (Franco Zeffirelli)
 출연: 레너드 화이팅 (Leonard Whiting - Romeo)
       올리비아 핫세 (Olivia Hussey - Juliet)
       폴 하드윅 (Paul Hardwick - Capulet)
       나타샤 패리 (Natasha Parry - Lady Capulet)
       안토니오 피어페더리시 (Antonio Pierfederici - Montague)
       에스메랄다 러스폴리 (Esmeralda Ruspoli - Lady Montague)
       팻 헤이우드 (Pat Heywood - The Nurse)
       마일로 오쉬어 (Milo O'Shea - Laurence)
       마이클 욕 (Michael York - Tybalt)
       존 맥에너리 (John McEnery - Mercutio)
       브루스 로빈슨 (Bruce Robinson - Benvolio)
 발표: 1968 Paramount
 국가: 영국
 음악: 니노 로타 (Nino Rota)

 

  # 사랑과 죽음의 비극적 운명을 감싼 앳된 젊음의 노래

 

    저물지 않는 나라 영국이 인도와도 바꾸지 않는다는 위대한 극작가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4-1616.4)의 작품들은 전세계에서 연극과 영화, TV 시리즈 등으로 6백편
 가까이 만들어지고, 리메이크되고 있다. 그중 1594년 희곡 “로미오와 줄리엣”은 40여편이
 선보였는데, 영화로 가장 성공한 것이 프랑코 제피렐리감독, 당시 16세와 15세이던 레너드
 파이팅과 올리비아 핫세가 주연한 이 영화이다. “러브 스토리”(Love Story, 1970)가 남녀
 간 사랑의 이야기를 상징하는 영화명이라면 “로미오와 줄리엣”은 남녀의 이름을 상징한다.
 세상 모든 사람들은 러브 스토리를 가졌거나 가질 로미오와 줄리엣인 것이다.

 

    넘치는 어휘력으로 시처럼 표현된 명대사들, 마치 연극같은 이 영화의 음악을 담당한
 ‘영화음악의 대부’ 니노 로타(1911.12.3-1979.4.10)는 윌리엄 세익스피어 시대에 유행한
 고전음악을 지양하고, 영화 발표당시 유행하던 잔잔한 발라드 풍으로 젊은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영화의 중반 많은 여인들이 함께 한 캐플릿가의 연회에서 로미오가
 군계일학인, 이세상 사람이 아닌상 싶은 줄리엣에게 한눈에 반하며 사랑의 비극은
 시작되는데, 이 연회에서 레오나르도가 노래하는 <What Is Youth>가 영화의 메인
 테마이다.

 

    ‘젊음이란 무엇인가?/활활 타오르는 불길/아가씨는?/얼음과 욕망/세상은 움직이는
 것/장미가 피고 지듯 젊음도 미모도 시드는 것/아름다운 아가씨도 시든다네/달콤한
 미소가 있을 때/연인은 날 사랑하게 되지요/누구는 결혼만을/누구는 놀리겠지/내 것이
 가장 낫지/큐피드가 우리에게 간청하네/내게 그 노래를 들려주오/죽음이 곧 우릴
 잠재우리/꿀보다 달콤하고 쓸개보다 쓴 사랑은 이미 사라진 것/큐피드가 우리를
 지배하네.’ 로미오와 줄리엣은 이 노래에 심취한 사람들 사이에서 서로를 찾고 만나며
 돌이킬 수 없는 사랑의 죄를 짓는다.

 

    <What Is Youth>는 유진 월터가 작사했고, 레오나르도라는 가수로 카메오 출연한 도니
 오스몬드가 노래했다. 그는 1970년대가 전성기였던 가족 그룹 오스몬드 패밀리(The
 Osmonds)의 막내로 당시 앳된 11세였다.

 

    <What Is Youth>의 멜로디는 이후 캐플릿가의 납골묘에서 독약을 마시고 자살한
 로미오를 따라 그의 단검으로 줄리엣이 자결할 때 흐르는 <In Capulet's Tomb (Death Of
 Romeo & Juliet)> 등 영화가 끝날 때가지 다양한 버전으로 잔잔히 들려진다. 모든
 영화음악의 특성이 그렇지만 특히 이 곡은 영화를 보며 들어야 깊이가 있다. 그래서 더
 훌륭한 영화음악인 것이다.

 

    <What Is Youth>는 <A Time For Us>라는 곡명으로 조니 마티스(Johnny Mathis) 등
 많은 아티스트들이 리메이크했다. 또한 헨리 맨시니 오케스트라(Henry Mancini And His
 Orchestra)가 <Love Theme From Romeo And Juliet>이라는 연주곡으로 발표해 1969년
 빌보드 팝 싱글 차트 1위를 차지하는 히트를 기록했다. 핸리 맨시니는 <Moon River>를
 히트시킨 “티파니에서 아침을”(Breakfast At Tiffany's, 1961)의 음악을 담당해 제55회
 아카데미의 ‘오리지널 스코어’ 부문을 수상한 바 있는데, 그보다 리메이크한 “로미오와
 줄리엣”의 주제곡을 더 히트시킨 셈이다.

 

   # 사운드트랙
  1. Prologue (Prince)
  2. Romeo's Foreboding And The Feast At The House Of Capulet
  3. The Balcony Scene
  4. Romeo & Juliet Are Wed
  5. The Death Of Mercutio And Tybalt
  6. Farewell Love Scene (Juliet's Bedchamber)
  7. The Likeness Of Death
  8. In Capulet's Tomb (Death Of Romeo & Juliet)
  9. All Are Punished

 

 

  # 서로 사랑을 위해 태어난 운명, 허나 세상에서 가장 슬픈 사랑

 

    15세기 중엽 이탈리아의 베로나. 대대로 원수지간인 캐플릿(폴 하드윅)과
 몬태규(안토니오 피어페더리시) 두 가문은 오늘도 하인들로부터 시작된 피빛 싸움을
 벌이다 영주(領主)의 엄중한 경고로 해산한다. 시인처럼 사랑을 찾는 몬태규가의 외아들
 로미오는 사랑보다 증오로 가득한 이곳을 피하고 싶다. 곧 14세가 되는 캐플릿가의
 줄리엣에게는 파리스 백작(로버트 비사코)이 청혼을 해놓고 있다.

 

    캐플릿가에 성대한 연회가 열리자 로미오는 친구 머큐티오(존 맥에너리)와
 벤볼리오(브루스 로빈슨) 등과 함께 가면을 쓰고 연회에 간다. 로미오는 연회를 계기로
 자신에게 중대한 일이 일어날 것이라는 느낌에 사로잡힌다. 가슴속에 저주된 생명의
 기간이 죽음이라는 무서운 형벌로 청산되는게 아닐까 생각하는 그는 성당의 종소리를
 들으며 인생의 키를 쥔 하나님께 순항을 기원할 뿐이다.

 

    연회에서 로미오는 이전까지는 참다운 아름다움을 보지 못했음을 느끼게 하는
 줄리엣에게 홀리고, 줄리엣도 자신도 모르게 로미오를 의식하게 된다. 초대하지 않은
 로미오를 본 티볼트(마이클 욕)는 숙부인 캐플릿에게 몬태규 놈들이 연회를 망치러
 왔다고 하지만, 로미오를 알아본 캐플릿은 베로나의 신사로 예의바른 청년이라며 모른체
 두라고 한다. 모레스카를 추며 로미오와 줄리엣은 더욱 가까워진다. 그러나 이내
 로미오는 줄리엣의 수다스런 유모(팻 헤이우드)로부터 줄리엣이 캐플릿의 딸이라는 것을
 알고 자신의 목숨이 원수의 빚이라는 것을 느낀다. 줄리엣도 로미오가 자신의 사랑이
 원수의 씨임을 알고 불길한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이런 두 사람의 행동을 티볼트는
 수치스럽게 여기며 그의 칼집에 담아둔다.

 

    로미오는 줄리엣의 담장을 넘고 숨어 윗층 발코니에 있는 그녀를 지켜본다. 그녀는 그
 이름과 아버지를 버리라며 자신도 캐플릿의 이름을 버리겠다는 독백으로 로미오를 향한
 사랑을 풀어넣는다. 그러자 로미오도 내 이름이 저주스럽다며 나타나고, 두 사람은 서로
 사랑하기 위해 태어난 운명인 듯, 도저히 헤어질 수 없을 것처럼 뜨거운 포옹을 한다.

 

    세상을 다 얻은 것처럼 기쁜 로미오는 수사 로렌스(마일로 오쉬어)에게 신성한 혼례로
 결합케 해달라고 조른다. 로렌스는 이전에도 로잘린이라는 여자와 애를 태운적이 있고
 더구나 원수지간의 딸이라는 점으로 반대하지만, 십자가를 보면서 두 가문의 원한을
 사랑으로 변하게 할 수 있다는 생각으로 로미오를 도우기로 한다.

 

    사랑노래로 귀가 멀고, 심장에는 큐피드의 화살이 박힌 로미오가 머큐티오와 벤볼리오
 등과 있을 때 로미오를 만나려 줄리엣이 보낸 유모가 온다. 그녀를 친구들이 장난감처럼
 다루지만 로미오가 구한다. 유모는 성당에서 줄리엣에 대한 사랑을 확인하고, 로미오는
 줄리엣이 성당으로 오면 고해하고 결혼할 것이라고 한다. 줄리엣을 기다리며 로렌스는
 “하느님! 예식을 축복해 주시고 후일 슬픔으로 책망치 마소서!”라고 말하고 로미오는
 “이 순간의 기쁨을 대신하는 슬픔이 이 세상에 없으리라!”며 흥분한다. 줄리엣이
 나타나자 떨어질 줄 모르는 로미오. 로렌스는 두 사람을 떼어놓는데 애를 먹는다.

 

    마을 광장에서 더위를 피하려던 머큐티오와 벤볼리오는 티볼트를 비롯한 캐플릿가의
 청년들과 마주치며 신경전을 벌인다. 이때 로미오가 나타나자 티볼트는 “네놈에게는
 악당이라 부르는게 최선의 애정”이라며 결투를 원하지만, 그의 손을 잡으며 로미오는
 캐플릿의 이름도 내 이름과 같이 소중하다며 화해한다. 티볼트는 더럽다며 손을 싯고
 물통에 있던 머큐티오에게 물을 뿌린다. 이렇게 해서 벌어진 머큐티오와 티볼트의 결투는
 목숨만은 걸지 않았지만 결국 말리던 로미오와 관련되어 티볼트의 칼이 머큐티오의
 가슴에 꼿히고 만다. 티볼트 일행은 자리를 뜨고, 머큐티오는 연극이라도 하는 것처럼
 아무렇지도 않은 듯 허세를 부린다. 그러자 로미오와 친구들은 괜잖은 줄로만 알고
 조치를 하지 않은채 웃어 넘기지만, 머큐티오는 네 두 집안의 싸움이 날 구더기 밥으로
 만들었다며 쓰러진다. 피를 본 로미오는 티볼트를 쫓아 “네게 악당이라는 말을 되돌려
 주겠다”며 “머큐시오의 혼백의 동반자로 너나 나, 아니면 둘다 가자”며 결투를 벌인다.
 피할 수 없는 치열한 결투 끝에 티볼트가 쓰러지고, 로미오는 운명의 조롱을 받고
 있다며 울부짖는다.

 

    티볼트가 로미오에 의해 죽었다는 것을 알고 꽃같은 얼굴에 독사의 마음이 숨어있다며
 슬피우는 줄리엣. 유모가 로미오를 비난하자 줄리엣은 유모를 비난하고, 유모가 로미오를
 두둔한다고 하자 남편을 나쁘게 말해야 하느냐고 외친다. “그대 아내가 된지 겨우
 세시간인데 어찌 당신 이름을 더럽히리! 하지만 어쩌자고 내 사촌오빠를 죽이셨나요?”

 

    캐플릿과 몬태규 가문은 티볼트와 머큐티오의 시체를 놓고 영주의 심판을 받으면서도
 격렬하다. 영주는 로미오를 즉각 맨추어로 추방하도록 한다. 성당에서 울부짖는
 로미오에게 유모가 찿아와 줄리엣도 티볼트와 로미오를 부르며 울부짖는다고 한다.
 괴로움을 참지 못해 날뛰는 로미오를 호되게 야단치며 로렌스는 줄리엣이 살아있고,
 티볼트를 죽였지만 대신 살았고, 사형이 아닌 추방이라며 행복이 쏟아지고 있다고 용기를
 주며 줄리엣을 위로하고 떠나라고 한다. 그러면서 두 사람의 결혼을 공표해 영주의
 승낙을 얻어 지금 이별의 수백만배에 이르는 기쁨으로 다시 부르겠다고 한다.

 

    로미오와 줄리엣은 로렌스의 계획과 유모의 행동으로 이별의 밤에 비밀스런 첫
 잠자리를 한다. 다음날 로미오는 떠나고, 줄리엣의 방으로 온 모친(나타샤 패리)은
 줄리엣이 아직도 티볼트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으로 알며 맨추어에 사람을 보내 독약을
 먹여 로미오를 황천으로 보낼 것이라며 달랜다. 울음소리가 더 큰 줄리엣에게 모친은
 가족들의 슬픔을 달래기 위해 부친이 결혼일자를 정했다며, 목요일 아침에 성당에서
 파리스가 신부로 맞이할 것이라고 한다. 줄리엣은 싫다며 소리치고, 분노한 양친은 이제
 버려버린 딸로 취급할 태세다. 울부짖으며 애원하는 줄리엣에게 유모는 파리스와
 결혼하는게 최선이라고 달래면서 로미오를 비난한다.

 

    줄리엣은 성당으로 가 로렌스의 지혜로 이 궁지에게 빠져나갈 도움을 달라며
 울부짖는다. 로렌스는 파리스와 결혼하느니 자결할 결심인 줄리엣의 절박한 상황에서
 다음과 같은 희망을 생각해 낸다. 일단 양친과 파리스를 안심시키고, 수요일인 내일은
 유모없이 혼자 자는 것. 그리고 자기전에 마시라며 조그만 병에 약을 조제해 준다. 이
 약을 마시면 차디찬 졸음이 혈관에 퍼져 맥박이 끊기며 가사상태가 되고, 산 사람의
 증거인 온기도 숨결도 사라진다. 그렇게 죽은 것 같이 42시간이 지속되고 나면 잠에서
 깨어나듯 소생한다. 그동안 로렌스는 로미오에게 편지를 보내 오게하고 줄리엣이
 깨어나면 함께 맨추어로 보낼 계획이다.

 

    “사랑이여, 내게 힘을 주소서!” 줄리엣은 약을 마셔 잠들고, 로렌스는 당나귀를 데린
 사제편에 로미오에게 편지를 보낸다. 비통한 날, 아름다운 꽃에 때아닌 죽음의 서리가
 내렸다. 로렌스가 주도한 줄리엣의 장례식은 로미오의 하인 발싸자(케이쓰 스키너)가
 몰래 보게 되고, 그는 이 사실을 말을 달려 당나귀를 탄 사제를 앞질러 로미오에게
 알린다. 운명을 믿지 않겠다며 로미오는 말을 달려 캐플릿가의 납골묘로 와 문을 부수고
 횃불을 밝힌다. 죽음이 줄리엣의 숨결을 앗아갔지만 아름다움에는 손도 대지 못했다.
 로미오는 줄리엣 다음편에 누워있는 티볼트에게 용서를 바란다. 줄리엣을 부여잡고 울던
 로미오는 줄리엣을 위한 자신의 사랑을 위해, 줄리엣의 모친이 보낸 독약을 먹고
 쓰러진다.

 

    시간에 맞춰 납골묘로 온 로렌스는 시간의 농간이 초래한 비극으로 슬퍼한다. 잠시후
 줄리엣이 깨어나 로미오를 찾자 우리도 어쩔 수 없는 힘이 계획을 막았다며 데리고
 나가려 한다. 그러나 로미오를 발견한 줄리엣, 파수병이 오는 소리에 이 비극의 한가운데
 있게 된 로렌스는 도망치듯 나간다. 줄리엣은 로미오가 마신 독약병을 입에 대보아도,
 로미오에게 입맞춤을 해보아도 자신을 위해 남은 약이 없다. 그를 부여잡고 울던
 줄리엣은 밖에서 들리는 사람들의 시끄러운 소리에 로미오가 차고 있던 단검으로 가슴을
 찔러 로미오에게 얼굴을 묻는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체를 놓고 영주는 원수들 캐플릿과 몬태규를 불러 세우고
 외친다. “그대들의 증오로 어떤 천벌을 받았는지 보라. 하늘은 화해의 수단으로 그대들의
 자식을 희생시켰다.” 그 아침의 슬픈 침묵으로 태양은 얼굴을 감추었고, 그 후로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더 슬픈 얘기는 없었다.